“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대 퀴진(cuisine·요리법)의 특징은 재료는 현지 것을 쓰면
서도 지역과 셰프의 정체성(identity)이 드러나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레스
토랑의 발전을 돌아보면 앞으로 더 창의적이고 놀라운 요리가 기대됩니다.”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 별을 딴 한식 레스토랑 ‘단지
(DANJI)’의 후니킴(42·한국명 김훈이) 셰프. 지난해 올리브TV의 요리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코리아(이하 마셰코) 3’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 시청자에
얼굴 을 알린 그가 최근 서울을 다시 찾았다. 내년 방송될 ‘마셰코 4’ 제작 협의
등을 위해서다.
2012년 문 연 한식주점 ‘한잔(HANJAN)’까지 운영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국 나들이가 음식 투어겸 아르바이트도 된다”며 웃었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미슐랭사(社)가 발간하는 여행 및 호텔·레스토랑 전문
안내서다. 1900년 처음 선보인 후 정보의 정확성과 편의성 면에서 인정을 받아
세계적인 안내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음식점에 부여하는 별 1개부터 3개까지의
평가는 셰프의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셰프가 있을 정도다.
‘단지’는 2010년 헬스 키친(Hell’s Kitchen·맨해튼 내 식당가로 유명한 지역) 근
처에 문을 열었다. 뉴욕의 숱한 한식당 가운데 ‘단지’가 처음으로 미슐랭 별(1개)
을 딸 수 있던 비결에 대해 후니킴은 “잘한 게 있다면 좋은 재료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은 소스가 강해서 안 좋은 고기를 써도 양념으로 맛을 살릴 수 있어요. 그
러나 미식가의 평가를 받진 못하죠. ‘단지’는 좋은 고기로 식감을 살리고 재료와
양념의 조화에 중점을 뒀어요. 그게 고급 음식 수요자들이 원하는 거니까요.”
세 살 때 한국을 떠난 그가 어떻게 한식의 본질에 근접할 수 있었을까. “친할머니
가 고향 소안도(전남 완도군)에 계셔서 거의 매년 한국에 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완도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들어가야 하는 외진 섬이었다. 그런데 자라면서
경험한 뉴욕 한식당은 할머니 손맛으로 익힌 한식 맛과 너무 달랐다. 그 차이가
식재료 차이란 걸 알게 된 후 “한국 음식도 훌륭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단지’와 ‘한잔’은 소스(장)를 한국 명인 것으로 쓰되 채소류·육
류는 미국 것을 써서 현지인 입맛에 맞추고 있다.
메디컬 스쿨을 다니다 뉴욕 명문요리학교 ICC(International Culinary School
NYC)로 진학해 셰프가 된 그는 ‘마셰코’ 심사 때 지원자들이 안쓰럽게 보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무작정 스타셰프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요리의 기쁨을 몰라요. 그저
맛있는 요리를 즐겁게 하고, 계속 발전하는 메뉴를 내놓다 보면 스타는 따라오는
것 아닐까요.”
한국 셰프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했다.뉴욕에서도 한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미국 등에서 유학·견습을 거친 요리사가 한국에서 창의적인 요리를 내놓고 있
다고 했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있는데다 다소 위계적인 주방 시스템과 문화에 잘 맞는 편
이에요. 차근차근 기술을 쌓아가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요리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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