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질 많은 토양 일수록 좋은 포도 생산
그랑드 샹파뉴 지역 포도 최고품질로 인정
▲사진1 꼬냑의 생산지역을 보여주고 있는 모식도. |
꼬냑이라는 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프랑스의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말한다. 말하자면 포도로 만든 증류주를 의미하는 브랜디 중 오직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술만을 꼬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꼬냑이란 한편으로는 술 이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이름이기도 한 셈이다.
프랑스는 오랜 전통으로 음식물에 관한 엄격한 지역적 통제와 함께 그에 따른 품질의 등급화를 일찍 확립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화의 근간에는 이른바 ‘떼루아’(Terroir)라고 하는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의 주제가 되는 술의 경우 어떤 술을 생산하는 지역의 토양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기후, 고도, 일조량 등의 종합적인 요인들이 그곳에서 생산되는 술의 맛과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진2-1 |
이러한 떼루아의 개념은 근래에 와서 와인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이 개념이 꼬냑이라는 술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꼬냑 지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흔히 꼬냑이라고 하지만 엄격하게는 <사진 1>의 지도에서와 같이 꼬냑과 쟈흐낙이라는 두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마치 동심원을 그리듯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지역의 경계는 일찍이 1909년에 확립되었다.
이 꼬냑 지방에는 크고 작은 250개 이상의 꼬냑회사들이 모여 있으면서 그 재료가 되는 포도의 산지에 따라 다양한 제품의 꼬냑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 포도 산지는 모두 6개의 소지역으로 나누어진다. 법적으로 1938년에 정립된 이 소지역들은 토양의 형태와 그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품질에 따라 구분을 하였는데 위치에 따라 품질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소지역 분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석회질 토양의 존재인데, 원칙적으로 석회질이 많을수록 꼬냑을 만드는데 보다 양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들 6개 소지역의 이름은 꼬냑 마을을 중심으로 안쪽부터 차례로 ①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 ②쁘띠트 샹파뉴(Petite Champagne), ③보르더리(Borderies), ④팡 부와(Fins Bois), ⑤봉 부와(Bons Bois), ⑥부와 오르디네르(Bois Ordinaires)로 부르고 있다.
▲사진2-2 꼬냑 지역의 핵심 포도밭인 ‘그랑드 샹파뉴’, ‘쁘티트 샹파뉴’ 두 지역은 이른바 백악질 토양으로 유명하다. 이 토양 때문에 꼬냑 생산에 최적의 포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되고 있다. 이 두 사진에서 그랑드 샹파뉴<왼쪽>와 쁘티트 샹파뉴 지역의 백악질 토양의 차이를 잘 볼 수 있다. |
이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와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 명칭만 사용할 수 있는 엄격한 생산지 명칭 통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 중 동심원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두 특급 지역인 그랑드 샹파뉴와 쁘띠트 샹파뉴 지역의 포도를 혼합한 경우에는 특별히 핀느 샹파뉴(Fine Champagne)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단, 이 경우에는 그랑드 상파뉴 지역의 포도가 적어도 50%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꼬냑 지방을 이루는 이들 6개 소지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①그랑드 샹파뉴 지역은 꼬냑 지역의 두 중심 마을인 꼬냑과 쟈흐낙를 가로지르는 샤항트(Charante) 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최상급 지역이다. 전체 꼬냑 지역 중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이 소지역은 가장 양질의 석회질 토양(Campanian chalk)과 서쪽의 해양성 기후에 덜 노출이 되는 최상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사진 1).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산도가 높고 꽃 향이 풍부하면서 깊이가 있는 최고의 품질로 인정된다.
②쁘띠트 샹파뉴 지역은 그랑드 샹파뉴 지역 남쪽에 바로 붙어있는데 그랑드 샹파뉴의 거의 2배가 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석회질 토양(Santonian Chalk) 역시 꼬냑 제조에 아주 적합한 포도를 생산하지만 그랑드 샹파뉴에 비해 완성된 강렬함이 약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사진 2).
③보르더리 지역은 꼬냑 마을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6개 소지역 중 가장 작은 지역이다. 이 곳의 토양은 석회질과 진흙이 혼합된 형태이다. 이 지역의 포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익는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부드럽고 비교적 섬세한 꼬냑이 만들어진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혼합 오드비 용으로도 사용되나 까뮈의 제품에서와 같이 단독으로 지역 명칭을 유지하면서 출시되기도 한다.
④팡 부아는 앞서 말한 세 지역을 직접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 넓은 지역이다. 이곳의 토양은 단단한 limestone 위에 석회질 토양이 있는 형태를 가진다. 일반적인 혼합용 오드비로 사용된다.
⑤봉 부아는 팡 부아를 둘러싸고 있는데 면적으로는 가장 넓다. 일부 석회질 토양이 있지만 주로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꼬냑은 나무통에서 빨리 숙성하는 특성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약간 거친 맛을 지닌다. 주로 혼합용으로 사용된다.
⑥마지막으로 부아 오르디네르는 바다에 연해 있는 지역인데 토양은 전체적으로 물이 잘 빠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는 당연히 해양성이다. 역시 혼합용 오드비를 생산하는데 6개 소지역 중 질적인 면에서 가장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팔리고 있는 꼬냑 제품들은 특급지의 오드비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나 핀느 샹파뉴(Find Champagne) 등으로 생산 지역을 자랑스럽게 표시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까뮈 보르더리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꼬냑 생산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꼬냑을 즐기게 되면 한층 더 풍요로운 꼬냑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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