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
서양 문화사는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개설하는 대표적 교양 과목이자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관심을 받아온 수강 과목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서양에 대해 보이는 관심과 호기심이 변함없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전에 서양 문화사 강의는 고등학교 세계사 과목 가운데 서양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정치를 중심으로 삼으면서 문화 부분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정치권력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양 역사 연구자들에게 그 문화에 대한 관심과 관련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 서양 문화사와 서양사 개설 과목은 별다른 차이 없이 제공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많은 대학에 개설된 동양 문화사나 한국 문화사 과목도 비슷한 형편인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다.
1990년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고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하면 비자가 없이도 유럽을 다니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서양 문화가 더 많이 소개되며 그만큼 관심도 다양해졌다. 서양 축제에 대한 관심 증대, 테마 여행의 확산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젊은 누리꾼들이 서양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멋스러운 사진과 함께 각자 나름의 시각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다 보니, 정치 위주의 서양 문화사보다 문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블로거들의 여행기는 해당 지역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깊이 이해하거나 그 지역 정치권력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서양 문화에 집중해서 이해하려는 경향에는 그러한 문화가 어떤 토대 위에서 실제로 펼쳐졌는지 그 배경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 © wikipedia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는 위대한 저술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예술이 독립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여건, 정치 구조, 사회 토대 위에서 꽃을 피우는 인간 정신의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우저의 저서는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대단한 글로 검증을 받은 명저이지만, 대충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글이다. 문학과 예술이 모두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서양 문화를 서양의 경제와 정치 구조 그리고 사회를 함께 이해해야만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하우저가 주장하는 바의 요지이며 나는 이 의견에 공감한다.
▲ 아놀드 하우저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원제: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1954)를
집필했던 장소인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 © wikipedia
하지만 하우저 자신이 서양인이니, 그가 언급하는 서양 문화는 ‘서양 사람의 눈으로 서양 문화를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눈으로 직접 서양의 문화란 무엇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 교역 규모는 세계 12위이다. 분단 반세기라는 비극적 현실 가운데서도 군부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이기도 하다. 이 칼럼은 서양 문화와 여러 이론을 그저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눈으로 서양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의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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