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siness/경제 생활

유가변동과 OOEC의 구조





최근 국내언론에 국제유가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나 싶었던 국제유가 하락현상은 지난주 금요일 열렸던 OPEC 회의를 기점으로 다시 맹렬히 재개될 기세인데요. 국내언론들은 이를 토대로 국내경기 악화(석유, 조선, 건설업종 침체)에서부터 소비자 가격구조 왜곡(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비탄력성)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경제와 투자를 분석하는 저의 입장에선 도대체 국제유가의 어떤 분야를 다뤄야 할지 심히 고민됐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기본에 충실한 게 정답일 확률이 높은 법. 이번 OPEC 회의결과를 토대로 현재 글로벌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저유가 현상의 원인과 이를 초래한(?) OPEC이란 단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국제유가 상황을 총정리해보려는 것이죠. 여러분이 국제유가를 바라보는데 참신한 시각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제가 이 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지


 어제와 다른 오늘

전세계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이란 단체는 여러모로 특이한 성질을 지닌다. 그 중에 하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결력이다. 창설 이래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을 기록할 때는 여지없이 한데 모여 가격을 반등시키기 위한 단체 행동-감산조치가 대표적-에 나서곤 했다. '국제유가 안정화'라는 미명 하에 회원국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목적이 OPEC의 존재 이유인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1995년 이래 국제유가(브렌트유) 추이

이미지


위 그래프는 단지 국제유가의 20년 궤적을 기록해놓은 결과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그래프를 OPEC이란 단체와 연계시키면 몇가지 놀라운 점이 발견된다. 


첫째, 현재 극심한 저유가라고 여기저기서 난리치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 특히 1999년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를 찍었다는 사실.(지금은 그때보다 '무려' 4배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국제유가의 대세 사이클에는 항상 뚜렷한 메가 트랜드가 존재했다는 점. 이건 그래프에 직접 표기해놨다.


셋째, 저유가 국면에선 OPEC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끝내는 고유가로 돌려놨다는 점.(=저유가를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세번째 내용이다. 위 그래프에도 나와있듯이 1990년대 후반 10달러를 간신히 오갔던 국제유가가 세계 금융위기 발발 직전이던 2008년 143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들 OPEC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물론 중국의 경제팽창과 미국에서 쏟아져 나온 달러 유동성이 전세계 곳곳에 침투한 덕분에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OPEC의 노력을 비하할 필요까진 없다. 글로벌 경제가 좋아져도, 또 돈이 넘쳐나도 결국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것은 수급구도 아니던가. 그리고 OPEC은 이 구도 중 공급측면을 좌우하는 '결정적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더욱이 1990년대 후반 OPEC이 국제유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걸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국제유가 초강세 현상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 OPEC은 엄청난 단결력을 과시한다. 원래 회사든 국가든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단결력이 높아지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저유가 시 OPEC의 단합력'은 별로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현재 OPEC이 보이고 있는 태도 때문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 OPEC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알다시피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을 오갈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1년 전 여름 때만 하더라도 110달러를 오가던 가격이 40달러로 폭락해버렸으니 OPEC 회원국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 곤경에 처한다면? 답은 하나다. 서로 믿고 단결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단체행동에 나섬으로써 국제유가가 상승으로 돌아섰음은 과거 여러차례 증명된 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똘똘 뭉치기보다는 국제 석유시장이란 한정된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못 죽여 안달이며 심지어 그룹을 강력하게 통솔해온 맏형에게 반기를 드는 동생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현재 OPEC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싸움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저유가 현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다. 참고로 위에서 맏형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반기를 든 동생들의 대표는 이란을 지칭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시선을 잠시 지난주 열렸던 OPEC 회의로 옮겨보겠다.





 OPEC 회의, 그 이면에는?

지난주 금요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회의는 전세계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유례없는 저유가 국면이 계속되고 있던 터라 과연 OPEC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 하지만 대여섯 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의 결과물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OPEC의 설립취지를 의심케 만드는 내용만 잔뜩 들어있었을 뿐이다.


핵심은 OPEC 13개 회원국(주: 원래는 12개국이었으나 인도네시아의 재가입으로 13개국이 됐다.)의 최대 원유 생산량, 즉 생산쿼터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OPEC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반대로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생산쿼터 수치가 발표됐다는 뜻) 이는 국제유가의 현실을 따졌을 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선 회원국들에게 할당된 생산쿼터를 줄이는 게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OPEC이 선택한 길은 정반대 방향이었다. 생산쿼터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논의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의함에 따라 모든 회원국들이 정해진 한도보다 더 많이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준 것이다.(필자 주: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이 생산쿼터는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쉽게 말해 이를 제대로 지키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예상치 못한 이번 회의결과에 대해 모두들 말이 많지만 그 이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치열한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OPEC 내에서 명실상부한 1인자로 꼽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인자를 꼽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사우디의 영향력은 독보적이었다.(지금도 물론 엄청나다.) 이런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작년 말부터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것. 이란의 파워가 세진 이유는 무엇일까? 2가지만 꼽아보겠다.

 

1.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이란은 내년 중 각종 경제제재 조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2.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이란이 택할 길은 단 하나다. 그건 바로 영토 내 산더미 같이 쌓인 석유를 수출하는 일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박으로 석유수출이 몇년째 막혔던 이란이기에 내년 여름 이후로 정말 엄청난 석유를 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란의 내년 원유생산량은 지금보다 50~1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하루 평균 수치) 증가율로 환산할 경우 대략 18~35%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도 이미 과잉공급으로 석유가 여기저기 남아도는 마당에 이란발 원유가 추가로 시장에 유입된다는 얘기다.(결국 전세계 원유 생산량이 1~1.1%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이란이 국제무대(?) 복귀할 걸 벼르고 있는 상황이니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회원국들의 생산쿼터를 줄이거나 심지어 꼭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다른 국가도 아닌 자신 스스로가 원유생산을 계속 늘리고 있는 마당에 이란의 생산량 증가를 제지한다면 기타 회원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또 이미 사우디 스스로도 생산쿼터를 훨씬 상회하는 원유생산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괜히 섣불리 움직였다간 나머지 회원국들에게 '왕따'를 당하기 딱 좋은 여건이라 할 수 있다.


OPEC 연도별 원유 생산량 추이(단위: 1,000배럴/일)

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 연도별 원유 생산량 추이(단위: 1,000배럴/일)

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 OPEC 내 생산량 비중 (단위: %)

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쿼터 감축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는 아주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OPEC 고위관리에 따르면 생산쿼터 감축을 두고 사우디와 다른 나라들간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쿼터 감축은 물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번 발표는 모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아닌 그저 '어정쩡한' 상황에서 서둘러 봉합된 결과물로 보인다더구나 회의장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딱딱했다던지참석자들 대부분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회의장을 떠났다는 다수의 언론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OPEC 회의 결과를 약간 다르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1. 저유가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OPEC 생산쿼터를 줄이는 게 가장 시급했다.

 

2. 하지만 이란이 내년 중으로 원유생산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공언한 마당에 나머지 회원국들은 원유감산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3. 가뜩이나 저유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회원국들은 무턱대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란을 향해 일제히 성토했고 이를 굳이 말리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도 불만이 상당했다.

 

4.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이란의 원유생산 확대를 굳이 막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결국 생산쿼터 감축과 구체적인 목표치 명기는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한번 내려진 결정은 뒤집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발표가 국제유가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일단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몇년간 급성장한 미국 셰일업체들로 인해 지위가 위태로워진 OPEC 회원국들 대부분이 이미 작년부터 원유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 별도의 감산조치가 내려지지 않음에 따라 회원국들은 앞으로도 계속 '자신이 원하는대로' 원유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원유공급이 늘어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나와바리(시장 점유율) 지키려면 남들이 원유생산을 늘릴 때 자신도 같이 늘리는 수 밖에 없다남들이 물량으로 밀고 나올 땐 나도 물량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게 이 바닥의 오랜 생리이자 전통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이 간단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에는 중장기적 영향을 살펴보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발표는 국제유가는 물론 OPEC 내부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크게 셋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미 앞에서 다 설명한 내용들이다.

 

첫째, 생산쿼터 축소 무산으로 인한 OPEC회원국들간 가격경쟁의 심화

둘째, 회원국들간 단결력 약화로 인한 OPEC의 유명무실화

셋째, 국제유가의 하락현상 지속

 

회의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다 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월가도 OPEC의 이런 내외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저유가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앞다퉈 펴내고 있는 형국이다.


WTI 가격 추이(주황색 화살표 주목!)

이미지


그렇다면 한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이란은 왜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원유생산 증가를 선언한 것일까? 똑같은 증가라 하더라도 이란이 밝힌 계획은 적극적이다 못해 상당히 '급진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기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얼키설키 얽힌 악연이 자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vs 이란

둘 사이의 악연을 살펴보려면 우선 OPEC이라는 단체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OPEC은 현재 전세계 원유생산의 약 3분의 1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간 연합기구다. 1960년에 창설되었으며 '국제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생산 목표치의 달성'이 기구 목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1개, 2개도 아닌 여러 나라들이 석유라는 희귀자원을 매개로 모여있는지라-게다가 지구촌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설립 직후부터 회원국들간의 반목 및 대립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의 이란-이라크 전쟁, 1990년대에 일어났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다. 


하지만 시점을 최근으로 당겨보면 OPEC 내에서 가장 대립하고 있는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의 수장국가인 관계로 태생적으로 서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특히 현재 시리아와 예멘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니-시아파 내전은 두 국가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선 특히 예멘의 지리적 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우디와 이란이 직접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예멘에서 서로 지원하는 세력을 달리하면 피튀기는 간접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아라비아 반도 주변 지도(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이란의 위치 주목!)

이미지


사실 예멘 내전과 국제유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3월에 매우 진지하게 분석한 바 있다.(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글이다. 이쯤에서 한번 읽고 오는 걸 추천한다. 클릭)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예멘 내전을 일으킨 후티 민병대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건 이란이다. 반대로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 건 사우디아라비아다. 당연히 둘의 사이가 좋을리 만무하다. 문제는 앞으로 이 둘의 사이가 벌어질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경제제재 조치 해제에 임박해 석유수출로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정권유지 차원에서도...) 이란 입장에서는 예멘은 물론 이웃하고 있는 이라크, 시리아에 자국 군대를 보내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유? 간단하다. 이들 국가에는 무궁무진한 유전이 있기 때문이다. 반군 내지는 정부군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군대를 파병해 좋은 결과를 낸다면 이란 입장에서는 별 힘 안들이고 석유수입을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이런 이란의 태도가 심히 불쾌할 수 밖에 없다. 숙적이나 다름없는 이란이 아라비아반도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다시 한번 위의 지도를 보길 바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주는 것도 자신들의 등 뒤에 자리잡은 예멘이 이란에게 넘어가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기 위함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같은 사우디-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현재 OPEC은 단결력은 물론이고 설립목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단지 회원국들간 골육상쟁자중지란으로 점철된 단체로 전락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현재 갈등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사우디-이란 말고도 몇개 더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사우디 말고도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을 적으로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경제제재가 풀리게 되면 이전에 차지했던 시장점유율을 단시간 내에 회복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생산쿼터가 정해진 마당에(물론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이란이 내년부터 엄청난 원유를 생산하게 되면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른 회원국들이 이를 순순히 용인해줄 것이냐는 것이다


이란 연도별 원유 생산량 추이(단위: 1,000배럴/일)

이미지


국제석유 시장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각자의 시장점유율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구조로 바뀐지 오래이기에 OPEC 회원국들 중 자신의 생산쿼터를 양보해주면서 이란의 원유생산량 회복을 돕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로 인해 이미 경제사정이 악화된 국가들이 태반인지라 원유생산량을 무턱대고 줄였다간 내 코가 달아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번 OPEC 회의에서 생산쿼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핵심적 이유다.


 시장의 예상과 반응

6개월 전에 열렸던 회의와는 달리 이번 회의는 여러모로 암담한 상황 속에서 개최됐다. 바로 위에 나온 국제유가(WTI) 그래프를 보길 바란다. 올해 5~6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는 60달러선에서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 폭락하게 되면서 OPEC 회원국들의 원유수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몇몇 국가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원래 경제사정이 악화되면 누구나 신경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OPEC도 예외가 아니어서 저유가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이번 회의 분위기를 '전투적'으로 만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회의가 열린 금요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 심지어 OPEC 고위 인사들까지도 결국 시장논리에 입각한 생산량 쿼터 조정(감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4년 전 설정된 하루 최대 생산량, 3천만 배럴에서 소폭 늘어난 3,150만 배럴로 재설정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OPEC이 감산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담당 장관, 알리 알 나이미가 얘기했던 조짐이 슬슬 보이고 있는 게 그것이다. 당시 그는 OPEC이 원유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근거로 1)공급 증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미국의 셰일산업은 결국 붕괴될 것이며, 2)더욱이 내년(2015년)부터는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내용을 내세웠다.


현재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것으로 판명된다. 물론 공급과 수요 모두 눈에 띌 만큼의 변화는 없지만 조금씩 수요 우위에서 공급 우위로 돌아서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만 본다면 OPEC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만큼은 저유가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발표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시장이었기에 생산쿼터(감산조치) 발표 무산은 국제유가를 한층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렸다. WTI의 경우 다시 40달러 밑으로 내려가고 말았던 것이다.


OPEC 회의 당시 WTI 움직임(파란색 부분 주목!)

이미지


원래부터 시장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OPEC이기에 국제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는 보고를 받았으면 6개월 전 때처럼 회의를 잠시 멈출 법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쉬지 않고 그대로 회의를 계속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후 일정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는지는 아직까지도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온 소식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당시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 끝에 생산쿼터를 늘리는 것보다는 아예 설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유가에 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매우 중대한 이슈로 떠오른 이란의 생산량 증대에 대해선 정작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당시 참석자였던 나이지리아 원유부 장관에 따르면 이란 이슈에 대해선 단 2~3분 동안만 얘기가 오갔으며 엄연한 지위가 보장된 OPEC 회원국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시장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한 술 더 떠 그는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국가가 OPEC 회원국이 아닌 다른 산유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OPEC의 솔직한 입장이라고 고백(?)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각국을 대표해 참석한 장관들이 모두 OPEC 내 불화설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회원국들 모두가 내년 회의 때까지 특정 생산량을 설정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얘기했다또 자신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의 몰락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참석자는 이런 지엽적 이슈보다는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사무총장, 압둘라 알 바드리의 후임자를 누구로 할지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별다른 합의점 없이 끝나버린 이번 회의를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사우디 입장에서는 현재 OPEC 내 지지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OPEC을 주도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원유 생산량을 엄청나게 늘려 저유가를 초래한 장본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 입장에서도 굳이 생산쿼터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현 상황을 그대로 이어 나가는 게 다른 회원국들과의 관계 및 국익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종정리: 3줄 요약

-결국 이번 회의를 통해 OPEC이 말하고 싶었던 바는 이것이다.->저유가, 까짓 거 누가 이기나 한번 끝까지 가봅시다!

 

-문제는 OPEC의 이런 선전포고가 다른 산유국들(특히 러시아)에 씨알도 먹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OPEC과 비 OPEC진영 중 승자는 전자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필자는 생각이 약간 다르다. 미국 원유생산업체와 셰일업체들의 경우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은 이미 나가리 된지 오래다. 지금 미국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기술수준이 아주 좋거나, 자금력이 빵빵하거나 둘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상하는 것보다 '저유가 치킨게임'은 훨씬 장기전이 될 것이다. 오히려 외부의 적보다는 이란으로 대표되는 내부의 적을 관리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보너스: OPEC 회원국들의 입장

현재 OPEC 회원국은 총 12개국이다.(인도네시아의 가입으로 13개국으로 늘었음이익을 고리로 모인 특수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12개국이란 숫자는 분명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공동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모이긴 했지만 걔 중에는 큰 이익을 챙기는 국가가 있는 반면,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국가도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든 회원국들의 권리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분명 '왕초' 노릇을 하는 국가가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인간 세계의 원리다.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는 아이돌 그룹을 생각해보자. 'Gee' '소원을 말해봐'라는 메가 히트곡으로 자손대대 영원한 인기를 누릴 거 같았던 소녀시대의 원래 맴버는 9명이었다. 하지만 제시카라는 핵심 멤버의 탈퇴로(자기 사업에 대한 욕심으로 탈퇴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전성기 시절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9명까지 갈 필요도 없다. 90년대말 아이돌 시대의 개막을 알린 5인조 그룹, HOT가 그랬고 GOD도 역시 맴버들간의 불화와 각자의 목표가 다른 관계로 그룹 해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하물며 다툼이라곤 전혀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미소녀 4명으로 구성된 핑클도 나중에 가선 리더 이효리와 나머지 맴버들간의 반목이 심했다고 전해지지 않는가?

 

원래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은 2명 이상 모이게 되면 각자의 사고방식, 습관, 목표 등에 따라 갈등과 불협화음이 일어나게 된다. 하물며 사회적 집단의 최상위 계층에 위치한 국가가 12개씩이나 모였다면 이건 기본적으로 불협화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99%라고 봐야 한다

 

이번 12 OPEC 회의가 특히 많은 관심을 끈 이유는 예전과 달리 각국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전세계의 정치, 외교를 다루는 전문가들까지 나서 이번만큼 각국의 입장이 현격하게 벌어진 적이 없었다는 말을 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OPEC회의는 원칙적으로 1년에 두번 열린다.(일부 국내언론에서는 연례총회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다.) 이번 12월 회의에 앞서 열렸던 회의는 6월 회의였다. 그런데 당시 6월 회의에서도 회원국들간 불협화음의 조짐이 목격된 게 사실이다. 특히 원유생산량이 다른 국가들보다 적은, 이른바 '약소국가'들의 불만이 심했다. 당시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장하는 원유증산을 결사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어쨌든 그로부터 반년여가 지난 지금 경제가 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 이들 약소국가들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약소국가란 어떤 나라를 지칭하는 것일까? 바로 리비아이라크, 알제리,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지칭한다.(이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위험에 처한 국가들이 리비아와 이라크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OPEC 회원국 각자는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똑같은 저유가 국면을 맞고 있지만 피해의 규모, 버틸 수 있는 기간 등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OPEC 내 각국의 정치, 경제적 위상을 살펴보면 이번 회의 결과는 물론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OPEC 국가들의 위치

이미지

쿠웨이트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1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83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83만 배럴


쿠웨이트도 물론 저유가로 인한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OPEC 회원국들에 비해 안전장치가 많다는 점이 포인트다. 일단 쿠웨이트는 국민 1인당 매장 석유량이 가장 많다. 이 얘긴 현재 한창 진행되고 있는 저유가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지라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은 타격을 입는다는 걸 뜻한다. 물론 나름 불안한 구석도 있다. 전체 국가경제의 60% 정도를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편 쿠웨이트도 저유가 현상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지난 주말 재무부 장관을 원유담당 장관으로 이동시켜 각종 현안에 대응하게끔 했다.


카타르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1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65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68만 배럴


카타르 역시 저유가를 상당히 오랫동안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카타르의 최대 장점은 정부 재정구조가 무척 튼튼하다는 것. 여기에 다른 OPEC 회원국들과는 달리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천연가스 및 LNG로 수출 다변화 구조를 갖췄다는 게 두번째 장점이다. 단 천연가스도 어쩔 수 없는 에너지 분야인지라 5~6년 후에는 카타르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1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30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82만 배럴


아랍에미리트 역시 건전한 국가재정과 수출 다변화 구조를 갖췄다. 카타르와 더불어 저유가 충격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국가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분석자료가 있다. 저유가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1달러 중반으로 내려갔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아랍에미리트가 기록할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고작 -3%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이보다 더 내려가더라도 소폭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예상을 한 곳이 궁금하다고? 다른 곳도 아닌 IMF다.


이란

-OPEC 내 안전한 순위: 4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75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85만 배럴


내년 국제유가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여름, 늦으면 내년 하반기 서방세계의 각종 규제에서 풀려나 본격적인 원유수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각종 족쇄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저유가 상황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금만 더 버틴다면 막대한 원유 수출을 무기로 저유가의 충격을 충분히 극복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역시 경제지표로 이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시켜드리겠다. 원유수출이 그나마 유지되었던 작년 이란이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4.3%였다. 그러나 올해 이 수치는 0.82%로 급락하고 말았다. 내년에 원유수출이 재개된다면 이 수치가 다시 오르지 않겠는가? 이 수치 역시 IMF에서 나온 것이니 의심하지 마시길. 한마디로 2016년은 이란의 운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앙골라

-OPEC 내 안전한 순위: 5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8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80만 배럴

 

당신은 앙골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딱 하나면 말해야한다면 '내전'을 말하길 권한다. 2002년에 끝난 내전은 무려 27년동안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지금은 그때에 비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훨씬 안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저유가 국면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여진다석유수입이 엄청나게 줄어든 마당에 국내 인플레이션이 15%에 육박할 만큼 경제상황이 엉망진창이다. 더불어 정부 부채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영토 내 묻혀있는 석유 보유량이 많으려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않은 상황이다.(OPEC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앙골라의 석유 보유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역시 석유에 극도로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기타 분야의 선전 덕분에 내년 경제성장률은 3.5~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내년 이후부터다.

 

에콰도르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6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53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53만 배럴

 

저유가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 국가가 바로 에콰도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순위가 꽤나 높은 이유는 2000년대 이후 에너지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했고 인프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정부재정이 몰라보게 튼튼해졌고 사회 안전망도 탄탄한 편이다덕분에 IMF는 지난 10년간 에콰도르의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대규모 시위로 인해 정치상황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하지만 최근 10년을 돌이켜보면 에콰도르는 저유가를 충분히 극복해낼 힘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6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04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060만 배럴

 

OPEC 내 실질적인 리더, 사우디아라비아가 7위인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루고 있는 내용이 저유가와 관련된 OPEC 회원국들의 '위험도 순위'인 것을 기억하시길. 그런 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분명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여진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 내부에 있다. 바로 왕족 일가 내부에서 의견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살만 국왕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의 아들인 모하메드 살만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정치, 경제적 이슈에 대해 심각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특히 현재 와병 중인 살만 국왕의 상태를 감안하면 국제유가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싸움에서 아들인 모하메드 왕자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즉 저유가에 대한 결정도 결국 그의 의지대로 움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경제정책 만큼은 주변의 경제관료 그룹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소문이 있기에 앞으로의 저유가 향방에 대해선 이들 경제관료들의 입을 주목하는 게 오히려 현명할지도 모른다.

 

알제리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8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1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10만 배럴

 

굳이 길게 쓸 필요없다. 현재 알제리는 정치적으로 너무 불확실하다국가를 이끌고 있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엘리트들간 권력암투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경제적으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알제리 정부는 내년 지출계획을 10% 가까이 줄이겠다고 전격선언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외환보유고는 올해 상반기 중 10% 이상 감소해버렸다. 안보적으로도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영토 내 깊게 뿌리내린 여러 군벌들과 토착민들은 정부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알제리에게 있어 저유가 이슈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나이지리아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8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0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90만 배럴

 

매우 어렵다최근에는 북부지역에 창궐하고 있는 IS세력들로 인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맞은 상황이다더구나 저유가로 인해 정부재정이 거의 남아나지 않은 상황인지라 현재 공무원들과 경찰, 군인들에게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현 대통령인 부하리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가 생산하는 원유의 3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생산을 방해한 나이저 삼각주 지대의 민병대를 사면해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금처럼 경제적 위기가 계속된다면 이들 민병대에 대해 다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이지리아 내 정정불안은 다시 격화되고 말 것이다.


베네수엘라

-OPEC 내 안전한 순위: 10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5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250만 배럴


올해 널리 퍼진 신조어 가운데 '헬조선'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정작 이 표현이 맞는 국가는 베네수엘라가 아닐까?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무려 -10%로 예상되고 있으며 물가인상률은 200%로 추정되고 있다.(역시 IMF 자료) 경제가 엉망이니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의회선거가 열렸지만 이는 또 다른 사회불안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똘똘 뭉쳐도 모자를 판에 이렇게 사회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니 경제는 계속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이라크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11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430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420만 배럴


원유 생산규모만 따지면 OPEC 내에서도 최고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외부상황이 모든 걸 수포로 만들고 있다. 회원국들 중 가장 위험한 안보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단 하나, IS 때문이다. IS는 이라크 북부지역을 대거 장악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영토 내 핵심 원유 생산시설을 빼앗기 위해 수시로 공격해대고 있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지금 국제유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리비아

-OPEC 내 안전한 순위: 공동 11위

-1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42만 배럴

-7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 39만 배럴


현재 리비아 내부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중구난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리비아에선 정부군,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한 독립정부군, 각 지역에서 발생된 민병대가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게 바로 IS다. 이들은 서로를 사정없이 공격하며 주인없는 원유생산시설을 뺏고, 또 빼앗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리비아의 원유생산량은 크게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보너스 그래프: OPEC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 그래프(올해 7월 vs 11월)

이미지

기사내용 출처: 마술사의 시장잃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