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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인생

프랑스 요리의 대가 미셸브라 인생 이야기


프랑스 요리의 살아있는 전설, 미셸 브라 셰프에게 배우는 인생 교훈




미셸 브라Michel Bras는 채소를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주방의 평등을 추구한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의 식사를 찾아 모험한다.

요리에 강박 수준의 애정을 보이는 수많은 요리사 중에서도 미셸 브라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일 것이다. 그는 가족이 운영하던 레스토랑 ‘Lou Mazuc’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자랐다. 70년대 후반에는 그가 이 식당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1992년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Bras’를 프랑스 라귀올에서 오픈해 수많은 영광을 거두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별 3개를 받았고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셸 브라가 만든 몰튼 쵸콜렛 케잌은 쇼콜라 퐁당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다수의 근현대 주방에서 사랑받는 ‘채소 중심의 요리Vegetable-Centric Cuisine’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열리는 미식축제에 들렸다가 이 전설적인 인물을 만났다. 다짜고짜 앞에 앉혀놓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유일무이한 요리의 근원은 어디인지, 스스로 배움을 터득해나가는 요리사가 자신의 요리철학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는지, 지독하게 권위적이고 계층절대적인 주방의 실태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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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theworldsbestchefs.wordpress.com

 

채소를 주로 활용하는 당신의 요리가 최근 미국 미식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채소는 왜 중요하며, 왜 그러한 방식으로 채소를 사용하나요?

아마도 채소만을 부각시키는 요리를 선보인 건 제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프랑스에서는요. 저의 첫 채소요리는 1978년도에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채소가 다른 어느 식재료보다 표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고 매력적입니다. 제 유년 시절은 자연 친화적이었습니다. 100평당 1명 정도 사는 아주 한적한 곳이었지요. 꽃내음을 맡으며 자연의 산물들을 먹고 자랐습니다. 채소를 활용한다는 것은 저에게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긴 여정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제가 채소를 하루아침에 발견해 낸 것도 아닙니다.

제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독학하는 요리사라는 것은 아셔야 합니다. 저는 졸업장도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자란 곳은 미식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았고, 음식은 굶지 않기 위해 생존을 위해 먹는 것으로 배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음식을 할 때 버려지는 재료가 최소화되도록 접근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브로콜리를 예를 들면, 사람들은 맛있고 부드러운 꽃송이만 먹고 질긴 심은 버립니다. 저는 이 심을 어떻게 해야 맛있게,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 우리 요리사들은 어떤 재료건 간에 활용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럭셔리함’에 대한 개념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캐비어, 푸아그라, 송로버섯을 먹는 식사가 럭셔리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착각했습니다. 식사의 진정한 즐거움은 그 식사시간 자체에 흥이 돋아야 합니다. 식탁 위에는 갓 구워낸 거대한 칠면조가 올려질 수도 있고, 빵 몇 조각과 간소한 음식들이 올려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올려지건 식사시간은 즐거워야 합니다. 요리사로서 저는 행복을 파는 사람입니다. 저는 사업에서도 인간적인 관계를 원합니다. 농부, 어부와 같이 식재료를 생산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저를 찾아오는 손님을 존경하고 저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합니다. (미셸 브라는 주방 직원을 스태프staff라 부르지 않고 협력자collaborator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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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menus.free.fr/index_fichiers/Page3587.htm

 

2010년도부터는 당신의 아들 세바스티앙Sébastien이 레스토랑 운영을 넘겨받고 대부분의 요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즉각적으로 이뤄진 일은 아닙니다. 저의 아들은 저와 함께 20년간 일했습니다. 가업을 물려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또 점차적으로 준비된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주방에서 일하십니까?

세바스티앙이 가끔 나를 필요로 하지만 저에겐 가꾸어야 할 텃밭이 있습니다. 제 텃밭에서 세바스티앙이 원하는 갖은 채소가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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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좀체 벗어나지 않으셨는데, 근래에 들어 자주 여행을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무슨 계기가 있으신 겁니까?

자주 다니진 않지만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이번 여행도 저의 친구이자 동료인 올리비에 호나주Olivier Roellinger의 흥미로운 제안에 초대받아 오게 된 것입니다. 저는 자선사업에 관심이 아주 많고 인간애라는 주제로 자주 떠들고 다녔습니다. 올리비에는 최근에 인도주의적인 목적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저에게 제안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주방에는 언제나 ‘사람’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셰프Chef로 불려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제 이름 미셸Michel로 불렸지요. 저는 젊은 요리사들과 어울리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진지하게 요리에 전념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동료를 가족이나 손자처럼 여길 때도 있습니다.

저는 아주 인간적인 사람입니다. 인간애야말로 초월한 인간의 전유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요리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앞장섭니다. 프랑스의 주방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잘 알 것입니다. 수많은 젊은 요리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합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저는 제 식탁 주변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부와 어부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Collaborators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보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인간성이 말살되어가는 이 사회에서 엄격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의 주방을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군기에 바짝 든 목소리로 “봉쥬르 셰프! 봉쥬르 셰프!”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제 마음에는 병이 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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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tourisme.grand-rodez.com/en/node/661

 

그렇다면 더 민주적인 주방환경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해야 계층적인 시스템을 없앨 수 있을까요? 스태프들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당신의 모습을 찾으세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세요. 저희는 30년 전부터 식당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게 했고 20년 전부터는 커트러리를 바꿔주지도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화려한 식탁보를 쓰지 않고 있죠. 이런 우리를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질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새로운 스타일이 됐고, 식사 문화의 새로운 움직임을 열었습니다. 저에게 포크를 놓는 방향이라든지, 와인잔을 놓는 방향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시스템에도 구애받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어떤 것도 제 표현 방식을 제한하거나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으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명언을 좋아합니다. “자연이 말하면 경험이 대변해줄 것이다.” 제 음식의 미학은 자연과 제가 가지는 관계로부터 나옵니다. 검은색의 화가로 불리는 피에르 술라주 Pierre Soulages의 명언도 좋아합니다. “방법이 제한될수록 표현은 더욱 강렬해진다.”

 

몇 년 전, 세바스티앙과 함께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죠? 미슐랭 스타를 받은 요리사가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캐쥬얼 컨셉의 식당을 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인 다이닝 쪽이나 미식계에서 당신과 같은 활동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순수한 음식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전 슬로푸드와 인연이 깊습니다. 슬로푸드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저에게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지요. 이런 활동은 식탁에서의 또 다른 마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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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www.marieclaire.it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셰프나 레스토랑이 있나요? 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할 곳이 있나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고리타분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아들을 도와 텃밭을 꾸리며 잔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 요리가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경험은 아내와 여행을 떠났을 때입니다. 유명 관광지나 값비싼 휴양지가 아니었습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도시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시장을 둘러봤습니다.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식탁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세심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에 우리를 끼워 맞춰선 안 됩니다.

아시아 여행을 갔을 때 바나나 잎에 쌓인 뭔가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완전히 마법과도 같은 감동이었습니다. 1986년 아리조나 마라톤 대회를 끝내고 먹었던 푸른색 옥수수빵도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이지요.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며 그 이유 또한 제각각입니다. 한 가지 방식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식탁에서의 화려함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제가 가장 혐오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 장소에 왔다면, 전 이 지역에서 나는 뭔가를 먹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지구 반대편에서 잡힌 생선을 먹는다거나, 프랑스에서 잡은 쇠고기를 먹거나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지역에 온 동안이라도 이곳을 온전히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음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감자로 만들어진 아침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다릅니다. 뉴욕의 장조지 레스토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었던 저녁 식사가 아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리조나에서 먹은 푸른 옥수수빵,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먹은 교자, 소호거리에서 먹은 맥주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런 마법과도 같은 기억은 단순히 먹기 위한 식사가 아닙니다. 바로 행복 그 자체지요. 이 모든 것보다 앞서서 우리는 아주 간단한 해답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